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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경학회 AX칼럼] 산업현장의 지능형 로봇 규제 방향
이현승 · 2026-06-28 · via ZDNet Korea

2022년은 미드저니, 스테이블 디퓨전 같은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 챗지피티 같은 대화형 텍스트 생성 인공지능이 출시된 해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프롬프트를 통해 각종 컨텐츠를 자유자재로 만들어 내는 생성(generative) 인공지능이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이처럼 생성 인공지능이 주목받는 사이 새로운 용어가 등장했다. 피지컬(physical) 인공지능이다. 생성 인공지능 기반의 에이전트는 이용자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다양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지만 디지털세상을 벗어날 수 없는 멘탈(mental) 인공지능인데 반해, 피지컬 인공지능은 로봇(robot)과 같이 형체를 갖추고 현실세계(real world)와 직접 상호작용하는 인공지능을 말한다.

현대차그룹 소유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Altas)와 같이 최근 등장한 인간형 로봇이 대표사례다. 아틀라스와 같은 인간형 로봇은 2008년 제정된 지능형로봇법에서 “외부환경을 스스로 인식하고 상황을 판단하여 자율적으로 동작하는 기계장치”로 정의한 지능형 로봇이다.

지능형 로봇은 규칙 기반으로 단순반복작업을 대체하던 기존 산업용 로봇과 달리 멘탈 인공지능을 탑재하고 있어 앞으로도 자율학습 등 다양한 기술적 발전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앞으로 인공지능은 멘탈 인공지능과 피지컬 인공지능의 두 축으로 발전을 하면서 우리의 일상과 사무실의 지식노동에서부터 산업 현장에까지 점점 확산될 것이다.

산업용 지능형 로봇은 마음껏 만들고 쓸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제조업 강국인 우리나라는 산업용 로봇을 많이 써 왔기에 2010년대부터 산업안전보건법 하위 지침에서 산업용 로봇의 안전기준과 검사기준을 제정 및 시행했다. 그 기준에는 사람과 공동작업하도록 설계된 협동로봇에 관한 국제 및 국내 안전기준도 포함된다. 그래서 아틀라스와 같은 인간형 로봇이 인간과 같이 협업한다면 협동로봇 관련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그리고 2026년 초 시행된 인공지능기본법에서는 “사람의 생명, 신체의 안전 및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인공지능시스템”인 고영향 인공지능에 대해 인공지능사업자에게 투명성 확보와 위험관리 책무 등을 부과했다. 현재 고영향 인공지능은 대부분 멘탈 인공지능이며, 피지컬 인공지능 중에서는 자율주행차만 해당된다. 아틀라스 같은 인간형 로봇은 아직 고영향 인공지능이 아니지만, 산업현장에서 오동작할 경우 인간에게 해를 끼칠 수 있어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이현승 법무법인 서린 변호사

현재의 협동로봇 규정은 지능형 로봇을 위한 것은 아니기에 지능형 로봇이 산업현장에 배치되고 인간과 협업하기 시작하면 그에 적합한 안전기준과 검사기준이 필요하다. 기존 산업형 로봇 규제에서 지능형 로봇에 불합리한 점을 찾아 미리 개선하는 걸로 충분할까? 그렇지 않다.

두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지능형 로봇 관련 규제는 중국, 독일 등의 경쟁국에 대응해 국내의 로봇산업의 신제품 출시와 제조업의 선도적 활용으로 경쟁력을 유지한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지능형 로봇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어 오래 지속될 규제체계로 정비하기가 어렵다.

합리적이고 타당한 규제체계를 위해 10여년 전부터 정부는 ‘선허용 후규제’ 원칙 하에 규제체계를 정비해 오고 있다. 2025년 우리 정부가 규제샌드박스 등의 제도를 활용해 인공지능과 지능형 로봇의 산업현장에서의 실증작업과 실외이동로봇의 운행안전인증 절차 간소화에 착수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규제샌드박스는 신청기업의 특정사업에 한해 허용되기 때문에 규모와 범위가 한정된 실증작업은 한계가 있으며, 인증절차 간소화는 기업 부담 감소 효과가 제한적이다.

그리고 현재의 지능형 로봇 기술에 기반해 만든 규제는 곧바로 낡은 규제가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유럽연합의 GDPR에서부터 인공지능에 의한 자동화된 의사결정을 규제하기 위해 인간을 위한 설명요구권을 도입했고 우리나라 인공지능기본법에도 그 정신이 녹아있다. 설명요구권은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은 그 결과가 나온 이유를 자세히 설명할 수 없으니 인간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기술적 한계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생성 인공지능에서 생각의 과정을 명시하게 하는 ‘생각의 사슬’(CoT) 기법이 보편화되었고, 자율주행차 분야에서는 시각정보(Vision), 언어처리(Language), 행동(Action)을 결합한 비전언어행동모델(VLA)을 통해 자율주행차가 내린 운전행위의 판단이유를 사람의 언어로 표현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기술이 성숙되면 설명요구권은 도입 당시의 의의를 상실할 수 있다.

그간 산업과 기술에 대한 규제가 사건 발생 후 사후적으로 발전되어 왔다며 최근에는 사전예방적 보호체계를 운영해야 한다는 흐름이 있고 개인정보 등 일부 분야 등에서 관철되고 있다. 그러나 사전예방적 체계란 역설적으로 사후처리 경험이 충분히 축적된 다음에야 가능하다. 지능형 로봇 관련 규제체계는 지능형 로봇의 발전 추이를 지켜보면서 실 사용 경험과 지식을 축적해 신중하게 수립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중립성 원칙을 지켜 다양한 기술적 시도도 허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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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지능형 로봇에 관해서는 ‘선허용 후규제’를 전면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지능형 로봇 개발기업, 사용기업과 정부 간의 신뢰관계와 협력관계를 전면 재구축해야 한다. 기업은 지능형 로봇 관련된 기술, 정보, 사용 데이터를 충실히 제공해야 하고, 정부는 제공받은 기술과 정보를 제대로 검증하고 이해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기업은 인간 작업자를 위한 안전기술 개발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정부를 이를 지원하면서 지능형 로봇과의 협업 상황의 위험기준과 안전기준을 정립해 나가야 한다.

우리 제조업은 이미 외국 기술 도입으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우리만의 지능형 로봇 기술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그러나 지능형 로봇 규제체계는 서둘러서는 안된다. 기업과 정부 간의 신뢰 속에서 차근히 정비해 나가야 한다. '세계 최초'가 '세계 최고'가 아니라는 걸 알고 실천할 때, 지능형 로봇을 비롯한 K-AX가 산업 현장에 안착할 수 있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