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C가 250만 원이었다. 목표는 200만 원. 이 차이가 비즈니스 지속 여부를 가르고 있었다.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광고비를 줄이거나, 이미 들어온 유저를 놓치지 않거나.
광고비를 줄이면 유입이 줄고 성장이 멈춘다. 답은 정해져 있었다.
퍼널 안에서 새고 있는 곳을 찾아 막는다.
그런데 한 곳을 막으면 문제는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총 3곳, 6-7 스프린트, 3개월. 마케팅 비용은 한 푼도 추가하지 않았다.
어디서 새고 있는지부터 봤다
퍼널 전체를 데이터로 펼쳐놨다.
- 유저의 90% 이상이 상세페이지에서 세션 시작
- 그 중 CTA를 클릭하는 유저: 0.9%
- CTA 이후 회원가입: 또 대거 이탈
어디를 먼저 고칠지 기준을 세웠다. 이탈이 가장 급격한 곳, 모수가 가장 많은 곳, 개선 시 뒷단 전체가 올라가는 곳. 세 가지를 동시에 충족하는 지점이 상세페이지였다.
1차: 상세페이지가 유저에게 결정을 강요하고 있었다
원인
주력 광고 소재: "200만 원이면 테슬라 신차 즉시 출고."
이 광고를 클릭한 유저는 구매를 결심한 상태가 아니다. "이게 진짜 가능한지 확인하러 온 상태"다. 그런데 기존 상세페이지의 첫 화면은 옵션 선택, 기간 선택, 금액 나열이었다.
광고에서 본 말이 맞는지 확인도 안 된 상태에서, 유저에게 결정을 요구하고 있었다.
해결
상세페이지의 역할 자체를 다시 정의했다.
"결정을 요구하는 화면"이 아니라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화면"으로.
- 첫 화면: 광고 메시지와 정확히 일치하는 헤드라인 + 선납금 0원이 가능한 이유 설명
- 복잡한 옵션 선택: CTA 이후 견적서 페이지로 이연
결과
- CTA 클릭률: 3.2% → 3.6% (소폭)
- 회원가입 CPS: 15만 원 → 5만 원
클릭은 조금 올랐는데 CPS가 3배 개선된 이유는 단순하다. 이제 CTA를 누르는 유저는 서비스 구조를 이해한 유저다. 호기심 클릭이 납득 클릭이 됐다.
그런데 CAC는 거의 안 움직였다. 문제가 이동해 있었다.
2차: 운영 효율을 위한 장치가 유저를 막고 있었다
퍼널을 다시 봤다.
상세페이지 → 견적서 → 출고일 지정 → 운전면허 등록 → 카드 등록 및 예약금 결제 → 구독 완료
카드 등록 단계 이탈률: 80% 이상.
설득된 유저들이 퍼널 깊숙이 들어왔음에도, 실행 직전에 멈추고 있었다.
인터뷰
이탈 유저들에게 직접 연락했다. 반복적으로 나온 말:
"차도 못 봤는데 30만 원을 내야 하는 게 이상해요."
"이 서비스가 진짜인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비용의 문제가 아니었다. 차량 실물 확인 전 선결제라는 구조 자체가 문제였다.
진짜 원인
예약금 제도가 왜 생겼는지 파고들었다. 회사 입장에선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구독 신청이 들어오면 그때 차량을 주문하는 구조라, 취소(노쇼)가 생기면 주문한 차가 재고로 남는다. 예약금은 그 리스크를 막기 위한 장치였다.
그런데 구멍이 있었다.
테슬라 모델Y처럼 인기 차종은 30대 정도를 전략적으로 선주문해두고 있었다. 취소가 생겨도 재판매가 금방 된다. 리스크가 거의 없다. 그런데 이 차종에도 동일하게 예약금을 받고 있었다.
운영 리스크를 위한 장치가, 전환율의 가장 큰 허들이 돼 있었다.
접근
유저가 서비스를 믿게 만드는 데는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근본적인 해결책도 아니다.
"믿게 만드는 대신, 믿지 않아도 결정할 수 있는 구조로."
차종별로 리스크를 다르게 봤다.
| 대상 | 변경 |
|---|---|
| 인기 차종 (기보유 재고) | 예약금 폐지 — 카드 등록만, 결제 없음 |
| 비인기 차종 (주문 출고) | 예약금 유지 + 이유 명시 |
운영팀 설득
운영팀 입장에서 거절할 이유가 있었다. "출고일 며칠 뒤로 잡아두고 갑자기 취소하면 어떡하냐."
합의점을 찾았다. 인기 차종 한 곳에서만 먼저 실험. 취소 시 가승인 시스템으로 위약금 후행 청구. 취소율이 일정 수준 오르면 즉시 롤백.
결과
카드 등록 이탈률: 80% → 30-40%
솔직하게 말하면 취소율은 올라갔다. 트레이드오프다. 전체 전환량이 훨씬 커졌기 때문에 감수할 수 있는 수준으로 판단했다.
3차: "비싸다"는 말 뒤에 있는 진짜 신호
인터뷰를 거듭하면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말이 있었다. "구독료가 비싸요."
타사보다 월 구독료가 높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패러데이는 초기 비용이 거의 없다. 타사는 각종 심사, 초기 납입금, 보증금이 붙는다. 패러데이는 그 리스크를 대신 져주고, 그 비용이 월 구독료에 녹아 있는 구조다.
즉, 패러데이의 진짜 고객은 이런 사람이다.
- 목돈이 있고 월 납입금을 낮추고 싶은 사람 → 우리 고객이 아님
- 목돈 없이 월 납입금 좀 내더라도 지금 테슬라 신차를 타고 싶은 사람 → 우리만 가능
문제는 이걸 말로 설명해봤자 유저는 읽지 않는다는 거였다.
그래서 제품을 쓰다 보면 스스로 납득하는 구조로 설계했다.
- 견적서 생성 중 2초 팝업: "이 구조가 가능한 이유" 짧게 노출
- 견적서 내 선납금 항목 추가: 선납금을 넣으면 월 구독료가 낮아지는 것을 직접 체험하게 함 → "아, 나는 선납금이 없으니까 월 구독료가 높은 거구나"를 설득 없이 납득하게 됨
최종 결과
3개월, 6-7 스프린트.
- 회원가입 CPS: 15만 원 → 5만 원
- 카드 등록 이탈률: 80% → 30-40%
- CAC: 250만 원 → 180-200만 원 ✅ 목표 달성
마케팅 예산은 그대로였다. 이미 들어온 유저를 놓치지 않는 것만으로 만든 결과다.
이 경험이 남긴 것
한 곳을 고치면 문제는 이동한다. 그게 실패가 아니라 정상이다.
처음부터 퍼널 전체를 다 고치려 들면 아무것도 못 한다. 지금 가장 임팩트 큰 한 곳을 빠르게 고치고, 문제가 어디로 이동했는지 다시 보는 것. 이 반복이 전부였다.
그리고 — 유저를 설득하려 들지 말 것. 설득이 필요 없는 구조를 만들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