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가 성장할수록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수요는 있는데, 줄 차가 없었다.
스타트업에서 신사업 검증을 "0 to 1"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건 달랐다. 출발선이 -10이었다.
"이거 혹시 사기 아닌가요?" 전화를 받아도 첫 마디가 이랬다. 회사소개서, 명함, 직접 대면까지 동원했다. 그래도 안 믿었다. 전례가 없는 모델이었고, 고객은 본능적으로 의심했다.
PO와 나, 단 둘이 이 실험을 맡았다. 3달, 광고비 1,000만 원. 이 안에 파트너 5명을 못 구하면 접는다는 가드레일을 세우고 시작했다.
왜 이 신사업이 필요했나
패러데이는 월 구독료만으로 차를 타는 서비스다. 정비·보험·세금 모두 포함. 구독 수요는 꾸준히 늘었다.
문제는 공급이었다. 차를 계속 사려면 자본이 필요한데, 그 자본엔 한계가 왔다. 이대로 가면 수요가 있어도 줄 차가 없어진다.
그래서 나온 구조가 패러데이 파트너였다. 개인이 차를 사서 패러데이에 맡기면, 패러데이가 구독 상품으로 운용하고 매달 수익을 돌려준다. 회사 자본 없이 차량을 확보하는 모델. 패러데이의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실험이었다.
1차 실험: 아무것도 검증하지 못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질문은 단순했다. "이 모델에 반응하는 고객이 누구인가?"
팀 가설은 "현금 여유가 있고 안정성을 선호하는 40대 이상 고신용자"였다. 메타 광고로 20개 직업군을 동시에 타겟팅했다. 자영업자, 의사, 공무원, 임대사업자 등. 이미지·문구·타겟 모두 다르게.
CTR 데이터가 나왔는데, 해석이 안 됐다. 이미지에 반응한 건지, 문구에 반응한 건지, 타겟 자체에 반응한 건지. 변수가 너무 많았다.
아무것도 검증하지 않은 채 데이터만 쌓은 셈이었다.
2차 실험: 변수 하나만 남겼다
광고 이미지·문구는 완전히 고정. 달라지는 건 오직 "고객군 언급"만.
결과는 명확했다. 임대사업자와 에어비앤비 호스트 군에서 뚜렷하게 반응이 달랐다. 처음으로 해석 가능한 데이터가 나왔다.
전화를 안 받는 문제: 15% → 52%
타겟을 잡았는데 새로운 벽이 생겼다. 리드가 들어와도 전화를 안 받았다. 컨택률 15%.
직접 타사 서비스에 리드를 넣어봤다. 한참 뒤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 오면, 받기 싫다. 맥락을 이미 잊는다.
두 가지를 바꿨다.
- 리드 인입 즉시 안내 문자 발송
- 1시간 내 반드시 전화
컨택률 52%. 관심이 가장 높을 때 연결되니 온도도 달랐다.
컨택은 됐는데 전환이 0이었다
상담이 됐다. 그런데 최종 결제는 0건. CAC 100만 원 이상. 사업성이 안 보였다.
상담 로그를 다시 읽었다. 거의 모든 대화가 두 단어로 수렴했다.
"수익률이 낮아요."
"리스크가 커 보여요."
고객은 이 모델을 투자 상품으로 보고 있었다. 그 프레임 안에서 우리는 질 수밖에 없었다. 주식·코인·부동산과 비교하면 수익률도 낮고 신뢰도도 낮다. 우리가 줄 수 있는 최대 수익률은 연 8~9%.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카페 폐업률이 90%에 달하는데도 사람들은 왜 카페를 창업할까?
'투자'가 아니라 '사업'으로 보는 순간, 수익률과 리스크 말고 다른 기준이 생긴다. 주체성. 내가 뭔가를 한다는 감각.
프랜차이즈 박람회에 직접 갔다
"사업처럼 느끼게 하면 프레임이 바뀔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그런데 우리 생각만으론 부족했다.
마침 코엑스에서 프랜차이즈 박람회가 열리고 있었다. 직접 갔다. 예비 창업자 5명을 무작위로 잡고 인터뷰했다. 왜 창업하려는지, 뭘 기준으로 고르는지.
반복적으로 나온 말:
- "내가 직접 하는 것"
- "내가 열심히 할수록 결과가 달라진다"
주체성이었다. 내 노력이 결과에 영향을 준다고 느낄 때 사람들은 '사업'이라고 인식한다.
이를 모델에 녹였다. '직접 운영형'과 '풀오토(위탁형)' AB 테스트.
직접형 페이지: CTR +35%, 문의율 1.5배. 상담 질문의 결이 바뀌었다.
"수익률이 낮아요" → "초기 비용 회수는 얼마나 걸려요?"
투자 언어에서 사업 언어로.
리스크는 숨기는 게 아니라 보여주는 것
그래도 남은 허들이 있었다. "내 명의 차인데 사고 나면요?"
방향을 바꿨다. 리스크를 줄이려 하지 않고,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 실제 사고 발생 확률(0.3%) 공개
- 월 5만 원 추가 시 구독료 보장 보험형 구조 명시
- 타 사업 리스크와 비교 표 제공
상담 신청 전환율 20% → 32%.
고객 인식: "위험한 투자" → "리스크 관리 가능한 부업"
결과: 3명, CAC 330만 원, 그리고 중단
3달이 끝났다. 광고비 1,000만 원을 다 썼다.
파트너 3명. CAC 330만 원. 목표(5명, CAC 200만 원)에 미치지 못했다. 가드레일 기준대로 실험을 멈췄다.
숫자만 보면 실패다. 하지만 이 실험이 만든 것이 있었다.
이 실험이 만든 것
3달 동안 200명 이상의 리드와 컨택했다. 전환 안 된 이유는 대부분 두 가지였다. "믿기 어렵다", "이게 돈이 되나?"
그런데 기존 렌터카 사업자에게 접근하면? 두 허들이 사라진다. 이미 시장을 알고, 패러데이도 안다. 신뢰 문제가 없다. 거기다 자본은 있는데 마케팅을 못 해서 확장이 막혀 있다. 패러데이 채널이 오히려 매력적인 선택지가 된다.
B2C 3달이 만든 것들 — 어떤 언어가 통하는지, 고관여/저관여 구분법, 세일즈 스크립트 전체 — 을 사업개발팀에 넘겼다. B2B에서 속도가 붙었다.
이 경험이 남긴 것
삐딱선 탄 고객은 뭘 해도 안 된다.
우리는 처음에 그들을 설득하려고 에너지를 쏟았다. 회사소개서, 명함, 직접 대면. 아무 소용 없었다. 반면 고관여 고객은 달랐다. 의심이 있어도 진짜 궁금해했다. 조금만 보여줘도 움직였다.
같은 리소스를 어디에 쓰느냐가 전부다.
아직 준비되지 않은 사람을 억지로 설득하려 들지 말 것. 이미 관심 있는 사람을 빠르게 찾아, 거기에 집중할 것.
그리고 — 실험을 멈추는 기준을 미리 정해놓을 것. 감이 아니라 숫자로.
























